강추(101) 일천독(20190101)-2019년 새해, 다시 더 큰 원을 그리며!
강추(101) 일천독(20190101)-2019년 새해, 다시 더 큰 원을 그리며!
  • 장암 기자
  • 승인 2019.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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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시게요. 
새해에는 아픈 사람 없이 함께.

일천독 100회 후, 한 해를 지긋이 돌아보자고 제안했는데, 여러 분들이 안부를 궁금해 하셨습니다. 

드디어 새해 첫날입니다. 여느 해보다 길게만 느껴졌던 2018년과 작별했습니다. 

이른 아침 아들 손을 잡고 동네 산책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보름 만에 다시 보낼 일천독 내용을 고민했습니다. 
남과 북의 신년사도 있고, 2019년 달라지는 제도변화도 있고, 보름 동안 쌓아놓고 나누고 싶은 정보와 자료도 제법 양도 많았습니다. 

결국 선택을 미뤘습니다. 첫날은 첫날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싶었습니다. 복잡한 세상 혼란스런 정보 대신 마음 깊숙이 ‘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글을 보내기로 맘먹었습니다.

작년 초, 류시화 시인이 책을 한 권 냈습니다. [시로 납치하다]입니다. 공감가는 시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익숙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다시 봐도 좋고 오래 봐도 좋은 글입니다. 시집 50쪽 51쪽 부분입니다. 

2019년, 더 큰 원을 그리는 삶이고 싶습니다. ‘마크햄’의 시도, 아프리카 원주민의 ‘우분투’도 거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웅변합니다. 공동체의 지혜를 설파합니다. 여기 저기 다들 힘들다고 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불거지니 이성적일 수 없습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조용히 촛불을 켜놓고 집중해봐야겠습니다. 시대의 아픔에 다가가는 참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겠습니다. 

명저 [나무야 나무야]에서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한 사람의 생애를 읽는 기준은 한 시대의 정점에 오르는 성취가 아니라, 그 시대의 아픔에 얼마만큼 다가서고 있는가에 있다.’는 고언에 충실해야겠습니다. 그런 삶을 배우고 싶습니다.

------------------------------------------------시로 납치하다, 50쪽 51쪽

그는 원을 그려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나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 
 
나는 더 큰 원을 그려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 
(에드윈 마크햄)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을 연구하던 인류학자가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부족의 아이들에게 한 가지 놀이를 제안했다. 

그는 사탕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멀리 떨어진 나무에 매달아 놓고, 자신이 출발 신호를 하면 맨 먼저 그곳까지 뛰어간 사람에게 사탕 전부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신호를 하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아이들은 다같이 손을 잡고 바구니를 향해 달려간 것이다. 그리고 나무에 도착한 후 둥글게 원을 그리고 앉아 행복하게 사탕을 나눠 먹는 것이었다. 

놀란 인류학자는 충분히 일등으로 도착해 바구니에 든 사탕을 다 차지할 수 있었던 한 아이에게 모두 함께 손을 잡고 달린 이유를 물었다. 아이는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이 슬퍼하는데 어떻게 혼자서 행복할 수 있어요?”  그 말에 아이들 모두가 “우분투!”하고 외쳤다. 

인류학자는 말문이 막혔다. 

몇 달 동안 그 부족을 연구했지만, 그제서야 그들의 정신을 이해한 것이다. 우분투는 ‘사람다움’을 뜻하는데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는 뜻도 담겨 있다. 혼자서는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서 자신의 주장과 다르거나 자기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동그라미 밖으로 밀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실제로는 다 같이 연결된 ‘우리’인데도. 여기에 놀라운 진리가 있다. 계속 밀어내면 원은 점점 작아진다. 더 많이 초대하고 끌어들일수록 원은 넓어진다. 

미국 오리건주 계관시인 에드윈 마크햄(1852-1940)은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농장에서 힘들게 노동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학비를 벌며 대학을 다녔다. 

47세에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묘사한 시 <괭이를 든 남자>를 발표해 일약 유명해졌다. 많은 시를 썼지만 자신의 시 중에서 어떤 시를 가장 높이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마크햄은 이 시 <원>-원제는 <한 수 위>-을 꼽았다. 

“다른 사람의 삶에 무엇인가를 보내면 그것은 모두 우리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온다.”라고 마크햄은 말했다. 

더 큰 원을 그리자. 
그리고 그 원 안으로 가능한 한 모두를 초대하자. 
처음에는 세상이 당신을 밖으로 밀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세상을 껴안아야 한다. 당신의 더 넓은 원으로. 

하시디즘(유대교 신비주의)에는 둥글게 원을 그려 춤을 추는 종교 의식이 있는데, 한 사람이 슬프고 우울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으면 그의 손을 잡아 원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면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의 기쁜 에너지를 받아 슬픔을 잊고 즐겁게 춤을 춘다. 

ⓒ광주N광주 noljagwang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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