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 칼럼] 진정한 인권도시 광주를 기대한다
[이성대 칼럼] 진정한 인권도시 광주를 기대한다
  • 이성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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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인권도시포럼 개회에 부쳐
이성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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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인권도시인가? 인권도시는 어떤 도시를 말하는가? 광주는 인권도시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인권도시 광주와 관련된 많은 질문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2018 광주 세계인권도시포럼이 오늘부터 4일간 광주에서 열린다. 광주에서 인권을 주제로 진행하는 국제적인 행사다. 세계의 인권도시들이 인권을 테마로 교류하고 경험을 나눔으로써 인권논의의 진전과 실질적인 인권증진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세계의 인권도시라고 하면 우선 독일의 뉘른베르크가 떠오른다. 뉘른베르크는 개과천선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뉘른베르크는 원래 히틀러와 독일 나치당의 주 활동무대였다. 나치즘의 본산과도 같은 도시였다. 히틀러는 이 도시에서 하나의 연극무대를 꾸며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자신의 정당성을 극적으로 과시하였다. 나치당의 전당대회가 열린 것도 이 도시이며, 유럽과 세계를 전쟁의 불길 속으로 밀어넣는 출정식이 열린 것도 이 도시다. 한마디로 반인권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였다고 할 수 있다.

히틀러가 결국 패배하며 전쟁이 끝난 후 뉘른베르크는 폐허로 변했다. 나치즘의 상징과도 같은 이 도시를 전쟁 중 연합군이 내버려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치와 관련된 건물들은 폭격으로 무너져 내렸고, 나치의 상징물들은 파괴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연합군에 의한 나치 전범재판이 이 도시에서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뉘른베르크는 폐허 속에서 과거를 반성하고, 그 반성 위에서 새롭게 일어서야 했다.

2차대전 이후 인권이 세계정치의 주요 테마가 된 데는 히틀러와 나치의 만행이 주된 배경이었다. 2차대전 이전에도 인권철학이 논의되고 인권운동이 있었지만 히틀러와 나치에 의한 전쟁도발과 그로 인한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가 있기 전까지는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문명이라는 자부심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유럽과 유럽의 지식인들은 유럽의 심장부에서 벌어진 인류역사상 가장 야만적인 인권침해 행위에 넋을 잃었고, 자신들의 문명에 대한 자부심이 결국 오만한 자만심에 불과했다는 것을 절감해야만 했다.

히틀러와 나치당의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힘이 정의다라는 것이다. 힘 있는 자가 지배하는 것이 정의이며, 세계를 위해 유용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와 나치당이 그러한 힘을 실제로 보여주기 위한 전쟁이었고, 그 결말은 5천만 명에 이르는 인명피해와 더불어 유럽의 붕괴와 자폭이었다.

유럽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했다. 힘이 정의라고 믿었던 자신들의 철학이 근본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인권인 것이다. 인권은 결국 정의가 힘이다라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세계는 연합국을 중심으로 UN을 결성하고,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였다. 인권 가치의 내면화를 선언한 것이다. 인권가치의 내면화만이 세계를 또다른 야만과 폭력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힘있는 자만이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려야하는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인권선언의 핵심이다.

5·18항쟁을 통해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가 인권도시를 선언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광주를 모델로 하여 인권행정의 틀이 갖춰지고 다른 도시들이 인권도시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광주가 인권도시인가 하는 의문은 현재진행형이다. 인권도시는 인권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광주가 그런 점에서 특별히 다른 도시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인권헌장이 있고, 시 행정에 있어서 인권적 가치를 고려한다고는 하지만 시민생활의 현장에서 인권가치가 특별히 더 보장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광주라는 한 지방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일 수 있다. 중앙집권화된 행정구조에서 별다른 자율성도 갖지 못한 지방 도시가 인권가치의 내면화라는 점에서 특별한 면모를 보이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권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부터 열리는 세계인권도시포럼이 인권도시 광주의 지향점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국제적인 인권지향 도시들간의 연대를 통해 인권가치의 확산에 도움이 되는 행사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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