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 공개] 재산이 많고 적음은 '의정능력'과 무관하다
[공직자 재산 공개] 재산이 많고 적음은 '의정능력'과 무관하다
  • 이정기 기자
  • 승인 2019.03.29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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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자 재산 공개' 보도에 대한 반성과 고민
2019년 공직자 재산 공개 ⓒ광주N광주
2019년 공직자 재산 공개 ⓒ광주N광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와 광주광역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광주시장과 구청장, 시구의원 등 100여명에 대한 정기 재산변동사항과 신고내역을 28일 공개했다. 선출직 공직자의 '재산'에 대한 관심이 적지않은 탓에 많은 언론이 앞다투어 관련 보도를 했다.

▲광주전남 국회의원 재산 1위 '◇◇◇'
▲[공직자 재산공개] △△△시장 ◇◇억원...◇◇◇시의원 1위
▲[2019재산공개] ◇◇◇교육감 재산 ◇◇억원...교육감 중 1위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올해도 판사가 1위...◇◇◇판사 '200억원' 돌파
▲[공직자 재산공개] ◇◇◇, △억원 또 줄어...8년째 꼴찌
▲◇◇◇ 7년째 꼴찌...△△△, 부동의 1위
▲[재산공개] 부자 △△청장 ◇◇◇....가난한 ◇◇청장 △△△
▲[공직자 재산공개] 광주 구의원 최고 재력가는 ◇◇◇의원
▲△△△구의원 ◇◇억원, 광주 공직자 중 1위
▲[재산공개]광주 구의원 1위는 ◇◇◇의원

본보도 28일 관련 보도를 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광주 선출직 중에서 최고 부자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상으로 가장 부자 의원은 J◇◇의원, 가장 가난한 의원은 Y◇◇의원'이라는 요지의 리드(첫 단락)를 뽑았다. 두 의원의 인물사진도 함께 실었다. 

일이 터졌다. 다음날 아침 전직 의원이었던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본보의 자극적인 보도로 비교대상이 된 두 의원이 적잖이 불편할 수 있음을 전해들었다. 의정활동 내내 '재산 신고 꼴찌'였다던 A씨는 "재산 없음이 무능으로 인식되는 현실" 때문에 심적고통에 시달렸다고 했다. 걱정하는 지인들의 전화 마저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A씨의 경험을 전해듣고 몇몇 기자에게 물었다. 의정활동을 꽤나 잘했다는, 내공 깊은 A씨가 맞딱드렸던 '현실'을 점검해봐야 했다. 

'공인으로서 재산의 많고 적음, 그 자체가 문제될 수 있는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부자 의원은 능력있는 의원이고, 가난한 의원은 능력없는 의원인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난하면 부정비리에 연루될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모순적인 답변들이 되돌아왔다. A씨가 말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결코 가난이 흠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산이 많고 적음은 의정능력과 무관하다고 믿는다. '부자 의원은 의정활동을 잘하고, 가난한 의원은 못할 것이다'는 틀린 명제다! 거짓 명제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틀렸다. 모두 어떠한 근거도 없는 선입견에 불과한 거짓 명제다. 엄청난 재력가였던 MB는 대통령이 된후에도 더 큰 물욕을 탐했던 부정비리 투성이였지 않은가.

'거짓 명제'에 동의하고 싶지않았다. 기사의 '팩트'가 틀리지 않았기에 버티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사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재산의 많고 적음을 '1위'와 '꼴찌'로 다루는 안일한 보도에 무감각하게 편승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다. 진정 재력과 의정능력이 무관하다면 '부자 의원, 가난한 의원'을 비중있게 보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비교 보도를 한 것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낚시성 '제목 장사'를 의식했던 것도 부끄럽다. 

의도와 무관하게 심적 고통에 시달렸을 '가난한 의원'과 '부자 의원'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뻔한(?)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다만, 많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A씨가 말한 '잘못된 현실'과 당당하게 맞서 '재력과 의정능력은 무관하다'는 명제를 증명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N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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