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그리고 순서
봄길 그리고 순서
  • 장암 기자
  • 승인 2019.04.08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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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N광주=장암 기자]

강추(161) 일천독(20190408) - 봄길 그리고 순서

주말, 차분하게 집 주변 돌아보니 곳곳에 봄이 깊게 스며들었더군요.
꽃들 피고 지고 청개구리가 보이고 온 땅에 생명 기운이 넘쳤습니다. 
안도현의 詩 '순서'가 생각났습니다.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봄이 오면 생각나는 詩 한 편 있어요?" 
"동요는 있는데, 시는 딱히 없는데요." 
"동요? 어떤 건데요?"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우리에 마음속에도~~ 하하하" 농을 합니다.

본래
제게 봄 詩의 상징은 정호승의 '봄길'입니다.
익히 아는 詩입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안도현의 '순서'도 좋습니다.
시인에게 시상의 곳간은 자연입니다. 



순서

맨 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는
뒷집 우물가 앵두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피어나고

그 다음에는
재 너머 사과밭 사과나무가
따복따복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사과밭 울타리 탱자꽃이
나도 질세라, 핀다.

한 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펑펑,
팡팡,
봄꽃은 핀다.



(오늘은 무겁지 않게 詩 두 편으로 일천독을 대신합니다.

봄길과 순서,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오후, 변산에 강의를 다녀오는데 이유없이 울적했는데 詩 두 편 다시 읽고 나니 기운이 차오릅니다. 저녁시간 평화롭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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