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드(김안순 옮김)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드(김안순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30 17: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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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에 포함된 순간 인간은 강요를 당한다.
자신들이 강요를 받게 될 것이라는 상상은 못 한 채, 강요에 대한 요구만 있을 뿐이다.

프롤로그

세상은 무수한 책들이 있다. 그 수많은 책들 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는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도, 지금 현실의 나를 거울처럼 비추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수많은 책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가 함께 공감의 목마름을 덜어 줄 작은 독서의 우물이 됐으면 한다. 하여, 앞으로 부족하나마 필자와 함께 필자가 읽은 책들과 오늘을 견디고 있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의 기고를 시작하고자 한다.

본 기고는 매월 격주로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제목 깊이에의 강요

작가 파트라크 쥐스킨트

김안순 옮김

출판사 열린책들

초판 2000

 

 

깊이에의 강요

{ 그것은 깊은 바다 속에 사는 무지막지한 오징어처럼 나머지 모든 생각들에 꼭 달라붙어 그것들을 삼켜버렸다.

왜 나는 깊이가 없을까?”

(중략)

한때 그렇게 그림을 잘 그렸던 젊은 여인은 순식간에 영락했다.

(중략)

결국 비극적 종말의 씨앗은 개인적인 것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본문 중}

잘 나가던 여류화가가 저명한 평론가의 말 한마디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한 사람의 말의 영향으로 죽음으로 이르게 되었다. (깊이의 강요)로 자신의 모든 삶을 무너트리고 더 나은 예술의 깊이에 갈망하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자기파멸이라는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다. 인간은 타인의 말 한 마디에 무너지기도 살아남기도 한다. 대상을 배려하는 선의 말이든 악의적인 말이든 내던진 말들이 상대에게는 헛된 희망과 말의 살인을 만들어 낸다. 하물며 예술의 실체 없는 평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알지 못한 깊이 있는 돌이 되어 서로를 겨냥하는 무기는 아닐까.

 

승부

{아주 사소한 부주의조차 그에게는 기대할 수 없었다.

(중략)

박살내고 쳐부수고 능멸하여 마침내 패배의 쓴맛을 보게 해줄 새로운 대가가 나타났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당한 패배에 앙갚음을 해줄 것이다.

(중략)

그들에게 체스가 -이 체스가- 가진 의미와 유일한 관심사는 낯선 젊은이가 승리 하고 늙은 고수가 바닥에 고꾸라지는 장면을 보는 것뿐이었다. -본문 중

치밀한 계산속에서 게임을 하는 장 vs 저돌적인 행동으로 거침없는 젊은이와의 게임 내용이다.

작은 체스 판에서는 도전과 방어만이 있다. 이름도 모른 젊은이가 이겨주었으면 하며 둘의 게임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삼각형의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체스 판에서의 주인공은 라고 본다. 끈임 없이 새로운 도전과 이겨야 한다는 희망 고문관의 도전자인 ’, 지금 이곳에서 안전하게 지금까지 지닌 것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파수꾼의 와의 싸움이다. 그 싸움을 구경하는 이 역시 이도저도 하지 못하며 구경하는 ’. 세 명의 내가 벌이는 게임에서 구경꾼인 나는 내 안의 나와 매일 싸움을 붙이고 그 싸움에서 안위와 자기변명의 방조의 로 나뉜다. 결국 우리가 살아남아야 하는 것에는 사각 판에 올려 진 말들의 승패에 따라 변화무쌍한 감정의 폭을 넘나드는 에 대한 현실의 게임인 것이다.

 

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

{황금 조개로 둘러싸인 루비였다.

(중략)

나는 말한다. 세계는 무자비하게 닫히는 조개이다.

(중략)

우리의 육신이 끊임없이 조개 성분으로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붕괴는 아주 격렬한 것이어서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다. -본문 중}

유명한 금속세공사 장인(匠人)이 노년에 파리 근교로 이사를 가서 남은여생을 평온하게 살기 원했지만 뜻하지 않게 자신의 마당에서 무수히 많은 돌조개 껍질을 발견되면서 인간의 모습이 생명은 있으되 돌조개로 변해간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사실 안에서 작가는 단순히 당신은 태어났으니 죽어요.’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왕 죽는 거 왜 살았는지, 무엇이 남았는지 생각해 보자는 상징으로 봤다. 돌조개는 인간의 내면 감성의 굳음, 감성의 죽음을 말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돌조개들이 인간이 만들어 내는 공포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만들어 내는 내면의 모든 감정들을 모른 척 덮으려는 위선들의 껍데기에 둘러싸여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감성과 세상에 살아남아야 하는 자신과의 공포를 교묘하게 감추며 또 하나의 돌조개로 굳어버린 죽음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황금에 둘러싸인 조개의 화려한 빈껍데기의 인간들의 비소(誹笑)적인 페르소나는 아닐까.

필자의 서재에 있는 책을 직접 찍어 올립니다.
필자의 서재에 있는 책을 직접 찍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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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조개 2019-04-30 17:47:07
살아 가면서 희,노,애,락을 경험 하고 만남과 이별을.... 남들에게 보여 주는 내 껍질 속 순수와 동심은...

신난다 2019-04-30 17:25:09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