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김춘미 옮김)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김춘미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15 17: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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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거운 침묵의 위선도
인간의 가벼운 유희의 조롱도
인간의 두려운 존재는 공포다.

인간 실격

 

인간의 무거운 침묵의 위선도

인간의 가벼운 유희의 조롱도

인간의 두려운 존재는 공포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김춘미 옮김·출판 민음사·초판 2004

서문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

한 장은 그 사나이의 유년 시절이라고나 할까.

(중략)

두 번째 사진 속의 얼굴. (중략) 이상하게도 사람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중략)

다른 한 장의 사진이 가장 기괴하다. 이제는 나이를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다. -본문 중

 

 

첫 번째 수기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중략)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중략)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본문 중

 

  서문에 나온 사진 속 사나이인 요조의 첫 번째 수기는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의 유년시절을 말하고 있다. 집안에서나 학교에서나 장난꾸러기라는 별명에 맞는 익살과 명석한 두뇌로 전 학년 만점에 가까운 성적까지 유지한다. 겉으로는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속으로는 필사의 작위적인 현실 위기를 잡으며 자신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현실의 문을 자신이 만든 실수와 장난으로 모두들 속이며 유년시절을 통과한다.

 

두 번째 수기

대가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관에 의해 아름답게 창조하고, 혹은 추악한 것에 구토를 느끼면서도 그에 대한 흥미를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희열에 잠겼던 것입니다. 즉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조금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원초적인 비법을.

(중략)

아무런 타산도 없는 호의, 강요하지 않는 호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호의, 저는 백치 아니면 미치광이 같은 그 창녀들한테서 마리아의 후광을 실제로 본 적도 있습니다.

(중략)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인간들의 자신감과 폭력을 못 미더워하고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겉으로는 조금씩 남과 제대로 인사, 아니 저는 역시 패배한 익살꾼의 괴로운 웃음을 수반하지 않고는 인사조차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본문 중

 

  요조의 두 번째 수기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다.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없는 순간만을 사는 남자의 삶은 화방과 술과 여자, 비합법적인 운동원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전부이다. 인가의 삶에서 완벽하게 유리되어 갈피를 못 잡은 채 누구나 다 아는 익살꾼의 비참함으로 살아가는 요조의 유일한 낙은 비합법적인 운동에 금방 흥미를 느끼다 실증을 느끼면서 인간으로서 살아 보려 하지만 그것 마자도 쉽지 않은 낙이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돈이 떨어지면 만나지 않는 여자들과의 분탕질과 술과 그림에서 자신은 패자도 승자도 아닌 그저 하루를 견디는 나약한 자애(自愛)와 자비(自悲)사이의 사나이가 되어 간다.

 

세 번째 수기

남들한테 호감을 살 줄 알았지만 남을 사랑하는 능력에는 결함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긴 저는 이 세상 인간들에게 과연 사랑하는 능력이 있는지 어떤지 대단히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략)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중략)

서로 경멸하면서 서로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것이 이 세상의 소위 교우라는 것이라면, 저와 호리키의 관계도 교우였음은 틀림없습니다.

(중략)

인간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 본문 중

 

  마지막 수기는 인간 실격 그 자체였다. 한 사나이가 세상에 태어나 죽었는지 어쨌는지 모를 시간들을 견디는 동안 나약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의 연명과 영악하기 그지없는 익살로 살아남는 요조의 마지막 발악에서 인간 실격이 무엇인지 비로소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현실과 이상의 이분법 속에서 인간적으로 실격 하나쯤은 갖고 있다. 다만 들켜서 안 된다는 어른들의 복잡한 수셈에서 어린아이의 순수한 진실을 자꾸 잊어버리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요조는 분명 순수한 아이였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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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2019-05-15 18:15:12
서로가 조금씩만 양보하고 배려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