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 (김민정 옮김)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 (김민정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05 10: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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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의 아니무스의 욕망이 작품 속 남자 주인공들에게 아니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살인자의 건강법

작가 아멜리 노통브·김민정 옮김·출판 문학세계사·초판 2004년

 

{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가 두 달 뒤에 사망할 거라는 소문이 퍼졌다,

(중략)

그리하여 타슈 선생은 죽음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비로소 자신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중략)

타슈 선생은 자신이 그 무시무시한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적잖은 자부심을 느꼈다. 속칭 연골암이라는이 병은 19세기에 엘젤바이베르플라츠라는 의사가 카이엔에서(중략) 발견해낸 증상이었다. 강간 및 살인죄로 그곳에서 감옥살이를 하던 죄소들 여남은 명이 그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본문 중 }

 

대문호 타슈 선생의 죽음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신비에 쌓인 팔순이 넘은 노작가는 비만에다가 불구이며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신화적 존재에 가까운 노작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기자들이 몰려든다. 인간 혐오를 자처하는 문학의 거장 타슈는 극소수에게만 자신과 인터뷰하는 영광을 누리게 해 준다.

사중의 턱 선과 털이라고 하나도 없는 민머리에 매끈한 유아적 피부를 지니고 있는 타슈 선생과의 인터뷰는 일말의 양심이나 선심도 없는 그야말로 악의 유희로 기자들을 하나 둘 질리게 만든다.

{ “작가는 음란해야 하오. 음란하지 않는다면 회계사나 열차 운전수나 전화 교환수 노릇을 하는 게 더 낫지. 다 존경받아 마땅한 직업들 아니오,”

(중략)

그런 책들은 말이오, 고독과 비천함 속에서 탄생한다고. (중략) 드러내놓고 베푸는 선심은 사심 없는 선심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중략)

허위적이라는 건 우선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오. 뭔가 양심에 걸리는 거 있어서가 아니라 체면이니 자존심이니 하는 말로 장식되는 졸렬한 자기만족을 맛보기 위해서 말이오.“ -본문 중}

세 명의 기자들은 타슈 선생들과의 인터뷰에 모두 실패한다. 그의 매끈하고 육중한 몸을 지키기 위한 건강법에 한번, 솔직한 대답에 또 한 번, 마지막으로 녹음 된 인터뷰 내용을 통한 자신들의 합리화로 더 이상 대문호라는 말 대신 그저 뚱보에 불구 노인네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마지막 기자는 타슈 선생이 그렇게 싫어하는 여자 기자가 등장한다. 이 여기자를 통한 타슈 선생이 가지고 있는 진실을 마주하면서 미완의 작품으로 남아 있는 살인자의 건강법에 대한 숨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글은 허구이다. 허구의 소재와 허구의 인물을 가지고 진실을 닮아 낸다고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진실은 과연 좋은 기억과 과시하고 싶은 욕망의 기억들로만 저장된 것일까, 이 책은 독자에게 반문하고 있다. 어쩜 우리 모두 감추고 싶어 하는 졸렬하고 비열한 본성의 내면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기꺼이 꺼내들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이중의 민낯에서 진짜 살인을 마주하고 은밀한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광주N광주 jinrin7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