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섬-차노휘
죽음의 섬-차노휘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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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공포와
스스로 드러난 공포의 진실은 그 무게가 다르다.

죽음의 섬

작가 차노휘·출판 청어·초판 2019년

 

{설지원이 실종 됐다.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다. (중략) 그의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으로 다달이 6개월 동안 삼백만 원이 입금 되었다. 현존하지 않는 사람의 통장에서였다. ―본문 중}

언뜻 보면 정유정 소설 『7년의 밤』과 같은 구조 선상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7년의 밤』이 ‘현실 살인’에 바탕을 두었다면 『죽음의 섬』은 ‘몽환 살인’의 반복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주 스토리 외의 작품 속 소설인 ‘노트’가 위의 기법에 깊이를 더하며 신비한 아우라를 덧칠한다. 화자의 경험적 시선과 소설가를 꿈꾸는 화자의 또 다른 허구적 작업이 중첩을 이루어 미로와 같은 진실 게임을 만든다.

{초록빛 한해살이풀이었다. 박하향이 났고 제비꽃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그 잎을 씹어 즙을 삼킬 때에는 환상적인 페르몬 향으로 탈바꿈했다. 섬사람들이 이 풀을 ‘영령의 풀’이라고 하면서 신성시 했다. (중략) 오래전부터 섬을 지켜왔던 무녀만 재배할 수 있었다. ―본문 중}

환상의 입구이면서 공포를 없애는 마력적인 식물인 초록빛 한해살이풀. 이 풀을 먹은 사람은 ‘웃음 병’에 걸려 환희로 생을 마감한다. 치명적인 독초이면서 이 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비밀의 열쇠이다. 화자 역시 이 풀을 먹음으로써 악몽과 철저하게 부서진 현실의 조각들 사이를 넘나들게 된다. 화자의 억압의 대상이었던 어머니, 그와 동격인 여 교수. 그녀들과의 충격적인 관계도 드러난다.

이 책은 6월 초에 나온 신간이다. 신간 소개는 필자를 고민하게 한다. 얼마만큼 작품 내용을 노출해야할지 등. 혹자는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일 것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 섣부른 결론을 내려 오류를 범할 필요는 없다. 작품 속 공간적 배경인 영무도라는 섬의 침울한 매력에 빠져들다 보면 살인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또 다른 나와 조우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 테니깐.

차노휘는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집으로는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가 있다. 광주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다음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N광주 jinrin7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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