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장암 기자
  • 승인 2019.07.05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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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214) 일천독(20190705)

일천독 칼럼 선정을 못해 글을 뒤지고 있는데, 옆에서 후배가 제안합니다. "금요일인데, 좋은 詩 한 편 가볍게 보내시죠."

좋은 詩.....
한참을 궁리했습니다. 내게 詩는 어떤 의미인가. 한 때 시인이 되겠다고 나섰다가, 국문과 1살 차이 선배에게 얼마나 당했던지.

"심장 속에 차곡차곡 쌓인 생각을 농축해서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할만큼 절박할 때 나오는 게 詩야. 그런데 너는 말과 글로 전부 토해내 버리는데, 어찌 시인이 되겠냐."

지금 생각하면,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아리송하지만 그때 주눅들어 곧바로 시인의 꿈을 접었습니다.

내 온 맘을 휘어잡은 시집은 고등학교 때 읽은 혁명적 민주주의자 김남주 선생님의 '조국은 하나다'입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봤는지 모릅니다. 시인은 시대문제와 싸우는 사람이어야 한다, 했던 분. 망월묘역에 모신 지 벌써 15년. 오늘 다시 김남주 선생님의 시를 묵독하며 생각합니다.

지금 나는 시대문제와 정면승부하고 있는가. 30년 전 김남주를 처음 시집으로 만났을 때처럼 나는 여전히 뜨거운가.

노래로만 불렀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김남주 시인의 대표작 전문을 오늘의 일천독으로 보냅니다. 시처럼 살고 싶습니다. 진정한 친구들과 시처럼 살겁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 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광주N광주 noljagwang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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