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_파트리크 쥐스킨드(강명순 옮김)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_파트리크 쥐스킨드(강명순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19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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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매한 천사보다 정직한 악마가 더 슬프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향수. 파트리크쥐스킨트. 1991
향수. 작가 파트리크쥐스킨트. 강명순 옮김. 출판 열린책들. 초판 1991

-우매한 천사보다 정직한 악마가 더 슬프다.

{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자신은 은총을 많이 받은 사람이었다.

감동과 겸허,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가슴 속에서 솟구쳤다.

“고맙다.”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지금의 네 모습이 자랑스럽다.”

그렇게 그는 자기 자신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본문 중 }

세상의 온갖 희로애락의 냄새가 모여 있는 파리 중심부 시장통에서 자신의 냄새는 사라진 그르누이가 태어났다. 그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고 인간만이 나눌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실체도 없는 아이로 사람들은 그를 악마라고 말했다. 그의 외모 행동 그 어느 것 하나 인간의 잣대로 잴 수 없는 <사랑>의 향기를 가지고 싶었던 그는 인간들이 멋대로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가장 정직한 악마가 되었다.

태어나 처음 삶의 고루함에 찌든 냄새의 근원지인 남루한 파리 골목에서 만난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순수한 천사의 향을 훔치고 나서야 비로소 열병을 앓은 아이처럼 냄새가 아닌 향기를 갈망하며 찾아 떠나는 인간의 조잡한 껍데기 가식의 향수를 무기 삼아 그는 그리스에서 스물네 방울의 에센스와 열네 살 소녀의 마지막 스물다섯 방울의 순수한 천사의 향을 영원한 봉인을 꿈꾸며 간직하며 본인은 알았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은 나도 악마가 아닌 천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향수는 3번 읽었고, 영화도 두 번을 봤다. 처음으로 접한 향수는 늘 그렇듯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속독법으로 읽어 내려가며 재미있는 부분들만 기억을 했다. 이 작가는 <콘트라베이스>를 읽었던 터라 낯설지 않는 이름이었다. 이 작가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문학의 깊이와 문학의 이론들을 나열해 가면서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함은 없었다. 그냥 읽고 싶어서 읽었고 생각이 안 나 다시 읽었고 영상으로 풀어 놓는 영화의 해석에 대한 궁금증에 또 보았을 뿐이다.

향수에 대한 너의 생각은 무엇이냐 물어 온다면 이제야 겨우 단면의 나의 생각을 말 할 수 있겠다. <우매한 천사보다 정직한 악마가 더 슬프다.> 인간은 누구나 우매함을 가장한 영악한 천사도 자신이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묵묵히 행하는 정직한 악마도 될 수 있다. 향수에 대한 그르누이는 일반 사람들이 말할 수 없는 악마적 본성, 세상의 냄새를 맡으며 태어나 인간이기에 갈망했던 냄새 안에서 흔적도 없이 인 자신의 본부를 자만하지 않으면서도 게으르지 않는 정직하게 행하고 말하는 자의 슬픔을 너무도 아름다운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다.

ⓒ광주N광주 jinrin7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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