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나요_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옮김)
브람스를 좋아하나요_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02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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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사랑을 읽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_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옮김)

가을, 사랑을 읽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2008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2008

작가 프랑스아즈 사강

김남주 옮김

출판 민음사

초판 2008

[ 그 거울 속에서 그녀는 시몽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중략

시간이란 마치 길들여야 할 한 마리 나태한 짐승 같지 않는가. -본문 중 ]

[ “사랑을 스쳐 지나게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 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라고 시몽은 실제로 그녀 자신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 것 일까?

중략

그녀에게 그 자신의 가장 좋은 부분, 가장 견고한 부분을 내어주었음에도, 여자들은 그랬다. 여자들은 모든 것을 요구하고 모든 것을 다 내주는 것처럼 보여서 완전히 마음을 놓게 만든 다음, 어느 날 정말 하찮은 이로 떠나 버린다. -본문 중 ]

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 온 여인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는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그녀에게 일을 의뢰한 미국인 부인을 방문한 폴은 몽사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시몽과 조우한다. 시몽은 폴에게 첫눈에 반해 수줍지만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퍼붓기 시작하고, 그런 시몽의 태도에 폴은 한편으로 불안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신선한 호기심을 느낀다.

폴 자신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사랑하는 여인이 로제가 있다. 폴의 이불을 속으로 언 듯 불어오는 불안과 부드러운 바람을 나풀거리며 새로운 이불을 덮어주는 스물다섯의 청년 사강과의 사랑이야기다. 폴의 일상이 되어버린 오래된 여인 로제가 아닌 이제 막 어른이 되려고 뿔이 나오기 시작하는 망아지 같은 어린 사강을 통해서 사랑이라는 욕망의 내면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평생 한 번뿐인 사랑이라는 강한 폭력을 경험한다.

사람은 사람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남과 여는 사랑을 떠나선 서로를 바라 볼 수 없다. 사랑은 신성한 욕망이다. 단순한 육체적인 사랑의 찬가에서 벗어나 서로의 내면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신성한 사랑의 폭력을 마주하며 서로가 하나가 된다. 아이러니하고 드러낼 수 없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우린 때론 어긋난 사랑의 해석으로 말 그대로 길들이기 위한 폭력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사강의 작품 속의 사랑은 익숙해진 사랑에 대한 예의를 벗어나 뜻 하지 않는 모서리 골목에서 만난 사랑에 대한 욕망을 말하고 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린 진정한 사랑의 욕망을 잃어버리고 있다. 단순한 껍데기의 사랑만 남아 있을 뿐, 상대에 대한 끊임없는 신뢰와 믿음의 사랑이 아닌 우린 너무나 많은 육체의 폭력으로 상대를 보지 못한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랑의 욕망에 외부의 불순한 상흔들로 본질을 잊어버리고 있다.

이 가을 폴과 사강의 사랑을 읽어 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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