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_치누아 아체베(조규형 옮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_치누아 아체베(조규형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15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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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로부터 무너진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정의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로부터 무너진다.

 

작가 치누아 아체베

조규형 옮김

출판 민음사

초판 2008

 

 

[ 그의 삶은 하나의 큰 열정, 즉 부족의 촌장이 되는 것에 사로잡혀 왔었다. 그것이 그의 삶의 용수철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거의 다가와 있었다. 그때 모든 것이 부서져 버렸다. - 본문 중 ]

[ “신탁이 말하길, 이들은 메뚜기 떼 같아. 첫 번째 사람은 탐문을 위해 보낸선발대라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선교사들이 우무오피아에 들어왔던 것이다. 이들은 마을에 자신의 교회를 세웠으며, 소수의 개종자를 얻고 벌써 이웃 마을과 부락에 전도사들을 보내고 있었다.

중략

하지만 백인이 종교뿐만 아리나 정부도 가지고 왔다는 이야기가 이미 퍼져 있었다. 이들이 우무오피아에 자신들의 종교를 따르는 신도들을 보호하기 위해재판소를 세웠다는 이야기다 들렸다. -본문 중 ]

[ “백인은 대단히 영리하네. 종교를 가지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들어 왔네.”

그가 우리를 함께 묶어 두었던 것들에 칼을 꽂으니 우리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네.”

중략

오콩코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개인적인 슬픔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부서지고 산산이 조각나는 부족의 처지를 한탄했고, 우무오피아의 도전적인 남자들이 여자처럼 그렇게 영문을 알 수 없이 유약해져 버린 것을 애도했다. -본문 중 ]

모든 것이 산산이 부너지다. 치누아 아체베, 2008
모든 것이 산산이 부너지다. 치누아 아체베, 2008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다>는 거대한 역사를 개인들의 삶과 생각을 통해 그려냈다. 한 개인의 삶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서 영국 제국주의의 체제의 침입과 이에 따라 전통 사회가 붕괴되어 가는 19세기 말을 덤덤하게 말하고 있다.

오콩코라는 인물을 통해서 개인의 문제에서 부족의 문제를 다룬 서사시이다. 우선 오콩코는 자수성가형이다. 음악만 좋아하던 아버지와는 달리 다부진 몸과 마음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부족에서 제일 힘이 센 씨름선수이자 부족과의 전쟁에서 늘 승리는 거머쥐는 영웅 중의 영웅으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하는 인물이다. 그렇게 승승장구만 하던 오콩코에게 사소한 부주의로 7년 동안 마을을 떠나 있어야 하는 부족의 징벌을 받게 된다. 7년의 유배 생활을 끝내고 돌아 왔을 때는 마을은 백인들이 가져 온 종교와 교육, 그리고 백인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재판소를 보고 크나큰 실망을 한다. 그리고 오콩코는 이 거대한 세력에 맞서 싸울 결심을 하게 된다.

 

오랜 전통의 울타리를 치고 지켜온 부족이 전혀 새로운 백인들의 등장으로 내부 분열과 동시에 삶의 형태도 달라지는 한 남자의 일대기에서 부족이 산산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역사의 변혁의 창과 전통의 방패로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 역시 수많은 역사의 아픔 속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지키고 성장 발전시켰듯이, 이 부족이 단순히 서구 열강의 침입에 한 순간 무너지기만 하는 것인지 또 다른 개혁의 바람이 불어 올 수는 없는 것인지 내면을 들어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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