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킬러의 고백_루이스 세폴베다(정창 옮김)
감성적 킬러의 고백_루이스 세폴베다(정창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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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를 읽다.

감성적 킬러의 고백

작가 루이스 세폴베다

정창 옮김

출판 열린책들

인쇄 2001

한 편의 영화를 읽다.

[ 그날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 본문 중 ]

[ 그녀는 빠른 속도로 여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의 교활한 눈빛이 감도는 시선과 한껏 물이 오른 육체는 끊임없는 섹스를 요구했다, - 본문 중 ]

[ 표적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대도시와 이민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의 팸플릿에는 그의 사진과 이름 - 빅토르 무히카, 그의 본명 같았다 -에 이어 NGO의 개척자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본문 중 ]

[ 나는 킬러가 아닌가. 프로는 감정에 치우쳐서 처리하지 않는다. 둘은 분명 별개의 사안이니까. -본문 중 ]

감정적 킬러의 고백. 루이스 세폴베다. 열린책들. 2001
감정적 킬러의 고백. 루이스 세폴베다. 열린책들. 2001

소설은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첫 줄부터 마지막까지 섬세한 점묘법으로 쓰였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한 국제적 킬러가 있다. 그에게는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름다운 애인이 있다. 킬러는 사랑을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서라도 이어온 사랑하는 여인과의 생활이 3년째 이어 오던 어느 날, 의뢰를 받게 된다. 미래의 희생양이 될 표적의 사진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고, 그 느낌은 사랑하는 애인에게서 만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게 되면서 불길함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게 표적의 동향을 살피면서 살인 계획을 세우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꾸만 개인 신상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과 왜 돌아올 수 없다고 하는지 모르는 애인을 생각하며 완벽한 킬러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 실업자가 되게 된다는 이야기다.

소설은 세기말과 세기 초의 어지러운 상황에서 허무주의와 냉소주의에 가까운 인간의 모습을 킬러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는 반면에, 사회에 대한 관심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거릴 것 없는 행동들을 보이고 있다. 그러기에 이 소설은 감정적인 연애 소설이라기보다는 내면에 깔려 있는 음영의 우울함을 킬러답지 못한 킬러의 고민과 표적답지 못한 표적의 입을 빌려 흑색 소설에서 취하기 힘든 직접적인 현실 폭로나 고발의 성격을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여행이다. 국제적인 킬러답게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표적들을 제거하면서 그 나라의 특징들과 향기를 킬러가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의 입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호텔방 갇혀진 공간에서 거울을 마주하며 자신과의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서 그 나라의 사회상 필요한 시스템과 표적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여과 없이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의 삶에 돌아 올 수 없다는 연락만 남기고 사라진 너무도 사랑스러운 애인은 어떤 존재로 마주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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