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_귀스타브 플로베르(김화영 옮김)
마담 보바리_귀스타브 플로베르(김화영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2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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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해 질 수 없는 것은 죄책감이다.

마담 보바리

내가 행복해 질 수 없는 것은 죄책감이다.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음사, 2000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00

[ <맙소사, 내가 어쩌자고 결혼을 했던가.>

그녀는 우연히 다른 짝 맞춤으로 누군가 딴 만날 도리는 없었을까 자문했다,

중략...

그런데 그녀는, 그녀의 삶은 마치 햇빛받이 창이 북쪽으로 나 있는 지붕 밑 골방처럼 냉랭했고 소리 없는 거미와도 같은 권태가 그녀의 마음 구석구석에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 본문 중 ]

[ 그것은 깊고도 지속적인 영혼의 속삭임과도 같아서 육성의 속삭임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중략...

샤를르야말로 모든 행복의 장애, 모든 비참의 원인, 그녀를 사방에서 옥죄이고 있는 이 복잡한 가죽 밸트에 뾰족한 가시바늘 같은 존재가 아닌가 -본문 중 ]

[ 그녀는 탐욕과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름이 똑바로 잡힌 옷은 산란한 마음을 감추고 있었고 그토록 정숙해 보이는 입술은 고뇌를 말하지 않고 있었다. -본문 중 ]

먼저 간략한 줄거리를 짚고 넘어가겠다.

샤를를 보바리를 루앙 근처의 작은 마을 용빌에서 개업하고 있던 시골 의사였다. 그는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은 돈푼이나 있는 있어 보이는 과부와 결혼했다가 첫 부인이 죽게 되자 엠마 루오라는 처녀와 재혼한다. 엠마는 농가의 딸로 루앙에 있는 기숙학교에서 얼마간 교육을 받은 여자이다. 결혼에 대한 지극히 낭만적인 공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던 앰마는 막상 결혼을 하고 나자 남편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차례대로 다른 남자들의 정부가 되어버린다. 생활은 무질서해지고 가산은 탕진된다. 엄청난 빛을 지고 빛쟁이들에게 시달리며 몸을 바쳤던 정부들에게 버림을 받은 엠마는 절망 속에 자살을 해 버린다. 그 후 샤를르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빛을 갚으려 노력하지만 끝내 엠마의 죽음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이 처음 발표 되었을 1800년대 당시, 불온한 소설이라고 재판에서 금서로 되었다가 재심판에서는 그래도 교육적인 내용이 있다하여 다시 판매를 하게 된 유명한 소설이다. 소설이 갖는 이야기의 힘과 문장의 수려함이 책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이 작품은 하나의 전기 소설을 넘어 심미주의 내면 소설에 가깝다고 말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시점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묘사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시점에 있어 작품은 엠마만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샤를르와 엠마 두 사람을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보며 각자 가지고 있는 심리 상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두 번째로 심리묘사는 문장에서 나온다. 한 줄 한 줄 시를 읽고 있는 듯 문장의 수려함은 단순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덮어버리고 남을 만큼 강하다. 특히 엠마의 시선을 따라 보이는 사물의 배치도며 사치품을 사 모으는 장편들에는 그녀의 불온하고 권태로운 삶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정부들과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현재의 불안함은 전혀 느끼지 않으면 오롯이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 하는 묘사들로 이어 졌다. 이처럼 마담 보바리는 하나의 풍속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잘 짜여 진 프레임 속 장면들처럼 문장 문장의 묘사법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끔 현재의 삶이 불안하다 느껴진다면 깊어가는 가을 마담 보바리와 함께 한다면 또 다른 자신의 삶을 마주하지 않을까 한다.

ⓒ광주N광주 jinrin7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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