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_마누엘 푸익(송병선 옮김)
거미여인의 키스_마누엘 푸익(송병선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08 13: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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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지 않는 이 순간이 죄야.

거미여인의 키스

거미여인의 키스. 마누엘 푸익. 2000
거미여인의 키스.마누엘 푸익.송병선 옮김.민음사.2000

-사랑을 하지 않는 이 순간이 죄야.


[네게 영화 이야기를 해 주면서 이 감방의 지저분한 것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단 말이야.

나도 모든 것을 잊고 있었어.]

[너 미쳤구나. 지금 이 순간을 즐겨! 즐기란 말이야! 넌 내일 무슨일이 일어날지 생각하면서

몰리나, 난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것에 동의 할 수 없어, 아무도 현재의 순간만을 위해 살 수는 없어. -본문 중 ]

[너의 사상이 무엇인데?

내 이상은 … 한마디로 말한다면 마르크스주의야. -본문 중 ]

[수캐든 게이든 간에 감성적이 되고 싶어 하는데도, 그렇게 될 수가 없는 이유가 뭐지? -본문 중 ]

[내가 아닌 것 같았어, 지금 난 … 네가 된 것 같아.

중략

아니, 나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섹스는 순수 그 자체라는 확신이 들어. -본문 중]

비야 대보토라는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두 죄수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발렌틴은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검거되어 수감된 정치범이며, 또 다른 한 명은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몰리나라는 동성애자이다.

여기서 몰리나는 감옥 생활의 따분함을 이기기 위해 감방 동기인 발렌틴에게 자신이 보았던 영화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발렌틴은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분석으로 이야기의 평을 한다. 전혀 상반 된 두 사람이 감옥에서 만나 영화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간다. 그러던 중 발렌티는 심한 복통을 앓게 되고 몰리나는 인간애적 마음에서 지극정성의 간호를 해주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글은 한 편의 연극적인 대화체로 이루어진 소설이자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액자형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남자 둘이 이야기를 통해서 성적적인 억압과 편견, 사랑과 자유에 관한 문제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 멜로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 흥미를 끌었고 다음으로 몰리나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각각의 이야기에서 현실의 우리를 마주하고 있다는 공감으로 다시 읽고 싶게 만들었다.

한 공간에 갇혀 지내야만 하는 정치범과 동성애자의 두 남자의 진영 논리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간 본질의 두려움은 과연 누구로부터 시작되고 이어지고 있는지 재미가 아닌 우리 현실의 현상과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광주N광주 jinrin7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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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다 2019-11-16 10:59:50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