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_이디스 워튼(송은주 옮김)
순수의 시대_이디스 워튼(송은주 옮김)
  • 김효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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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한
우리들의 순수했던 시대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한

우리들의 순수했던 시대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송은주 옮김). 민음사. 2008
작가 이디스 위튼/송은주 옮김/출판 민음사/인쇄 2008

[그녀의 열중한 젊은 얼굴을 바라보면서 남성으로서의 우월함에 대한 자부심과 그녀의 한없이 깊은 순수에 대한 애정 어린 경외심이 뒤섞인 소유 의식을 짜릿하게 느꼈다. -본문 중 ]

[ 이 순수가 어머니, 숙모, 할머니들과 이미 죽은 지 오래인 여자 선조들의 음모로 교묘하게 조작되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왕처럼 마음껏 부술 수 있는 눈으로 빚은 조각인 양 그가 원하고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도록 강요되어 왔다는 점 때문에 이 순수에 억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본문 중 ]

[ “상류층이 사는 곳은 아니죠.”

“상류층이라고! 당신네들은 다들 그런 걸 노상 따지고 사나요? 왜 자기 좋은 대로 하면 안 되나요?” -본문 중 ]

[ 아처는 낯익은 광경을 내려다보며 경이롭게 느꼈다. 자산의 반응은 이렇게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예전 방식 그대로 삶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본문 중 ]


1870년대 뉴욕, 부유한 변호사 뉴랜드 아처는 순수한 여인 메이 웰랜드와 약혼한다.

이들 연인의 평화는 메이의 사촌 엘렌 올렌스카 백작 부인의 등장으로 흔들린다. 잔혹한 남편을 피해 뉴욕으로 돌아온 엘렌은 금세 사교계의 추문거리가 된다. 뉴랜드는 메이의 부탁으로 엘렌을 돕다가 점차 그녀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에 이끌린다.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진실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엘렌의 가식 없는 모습에서 뉴욕 부유층들의 사회의 위선과 기만을 일깨운다.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뉴랜드는 결국 메이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메이에게서 상류사회의 그늘을 발견하고 환멸을 느낀다.

이 작품은 두 가지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상류사회와 사교계를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풍속소설이라는 것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상류사회가 가지고 있는 관습과 문화에 대한 보고서 같은 세세한 시대묘사의 묘미가 있다. 두 번째로는 뉴랜드를 둘러싼 메이와 엘렌의 사랑 방식이다. 한 남자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죽어야 한다는 메이의 상류사회의 고리타분하고 정제된 전통과 관습의 환멸과 함께 엘렌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않는 정직하고 솔직한 현실 직시의 신선함을 담고 있는 두 여자 사이에서 뉴랜드 자신 역시 관습과 전통을 깨기보다는 고수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이중적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여성 처음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정작 내용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필자 역시 이 책을 근래에 다시 읽으면서 작품이 가지고 있는 내용과 묘사된 통속소설이라는 것을 다시 읽었다. 솔직히 난해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순수한 시대를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소설인 만큼 단순 줄거리 요약보다는 한 줄 한 줄 읽어내려 가는 묘미를 느껴보면 어떠할까 싶다.

ⓒ광주N광주 jinrin7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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