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 칼럼] 아웅산 수지와 윤장현
[이성대 칼럼] 아웅산 수지와 윤장현
  • 이성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1.27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대 칼럼니스트
이성대 칼럼니스트

최근에 광주공동체의 명예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두 정치인이 있다. 아웅산 수지와 윤장현 전 시장이다.

아웅산 수지는 미얀마(버마)의 최고 권력자이다.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여 미얀마의 실권을 거머쥐었다. 미얀마 군부가 제정한 헌법상 제약으로 인해 형식상으로 국가원수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외무장관과 국가자문역을 겸하는 실질적인 집권자의 위치에 있다. 그녀가 광주와 관련되는 것은 5·18재단에서 2004년에 수여한 광주인권상의 수상자라는 점 때문이다. 그녀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오랜 기간의 비폭력 민주화투쟁의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인권관련 상을 수상하였다.

광주가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존재인 그녀에게 관심을 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군부독재 체제에 오랜 기간 저항하며 투쟁하는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광주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응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5·18재단은 그녀에게 광주인권상을 수여한 것이다.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그녀는 그해 상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2013년에 광주를 방문하여 직접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동남아지역의 인권과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던 광주로서는 크나큰 우군을 얻은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광주에서 인권상을 수상한 지 2년만에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실질적인 집권자가 되었다. 미얀마에 대한 관심과 아웅산 수지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그녀는 집권 이후 광주시민과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인권적 가치를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다민족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으로 어렵게 살아가던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학살과 탄압을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비폭력 민주화투쟁과 인권에 대한 존중을 근거로 광주인권상과 노벨평화상을 비롯한 수많은 인권상을 수상하며 명예를 얻었던 그녀가 막상 정치적 실권을 쥐자 인권적 가치에 나 몰라라 하는 뜻밖의 행동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실망의 목소리인 것이다.

최근에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2009년 그녀에게 수여했던 최고 권위의 인권상인 ‘양심대사상’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의 범죄행위를 옹호하고, 조사를 방해한 데 따른 것이다. 캐나다 의회는 명예시민권을 박탈했다. 광주시의회가 작년에 아웅산 수지의 광주인권상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시민사회에서도 같은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광주인권상의 수여주체인 5·18재단은 관련 규정의 부재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권상 박탈 여부를 떠나 아웅산 수지는 이제 우리 시민들 마음 속에서 광주와 연결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대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로써 광주가 자랑하는 광주인권상의 빛과 권위는 손상될 게 뻔한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아웅산 수지가 외국의 정치지도자라면 윤장현 전 시장은 얼마 전까지 150만 광주시민의 행정을 이끌었던 정치인이다. 사건의 전모가 아직 최종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윤 전시장이 공천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화 사기행위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점과 그 액수가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점에서 광주시민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윤 전시장이 결국 광주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말았다는 안타까움과 탄식, 분노가 뒤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타까움은 윤 전시장이 정치문외한이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을 자처하는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어느 샌가 정치적 욕망에 사로잡혀 운 좋게 공천을 받았고, 이로 인해 광주시장이라는 중책을 떠맡았지만 애초에 그걸 감당할 그릇이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시민시장'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내용은 맹탕에 불과했다. 시민을 제대로 대변하지도 못했고, 광주발전에 필요한 강단있는 의사결정을 하지도 못했다. 얼마 전 논란 끝에 결론이 내려진 도시철도 2호선 문제만 해도 그동안 논란이 확대된 데는 윤 전시장의 책임이 크다. 그가 재직 중에 어떻게든 결론을 내렸다면 광주시민이 겪어야 할 혼란은 훨씬 더 적었을 것이다.

윤 전시장에 대한 실망이 큰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다시 시행되면서 광주는 전통적으로 정치인이나, 관료출신들이 시장으로 선출돼 왔다. 대체로 관료적 마인드와 일처리 방식으로 관선시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공천과정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시민을 강조하는 새로운 유형의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윤 시장 시절을 돌이켜 보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일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을 보좌하던 핵심 참모들에 친인척들이 끼어들어 있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비리를 저질러 구속까지 됐다는 점은 광주시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박근혜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한 예술작가를 모욕한 것도 본인이 틈나는 대로 외쳤던 '광주정신'과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 윤시장 시절 광주는 많은 현안들을 안고 있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해결책을 찾기가 쉬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을 풀어가려는 노력조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어느 핸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방문한 성당에서 윤 시장을 마주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도 없고 우연히 한 공간에 있던 것에 불과했지만 현직 시장으로서 아무런 의전도 없이 가족과 함께 소박한 모습으로 기도를 드리는 모습에 감격했다. 그 뒤로도 우연한 장소에서 몇 번 마주치기도 했다. 항상 소탈한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일상생활에서 시민들과 자연스레 마주치게 되는 그런 시장의 모습이야말로 정말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저 그뿐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윤 전시장이 '시민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걸었던 것 때문에 시민사회에서 정말 고생하며 성장한 시민운동가들의 정치 참여에까지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들기도 한다.

정치권에 유행하는 말이 있다.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이라는 자조 섞인 격언이다. 정치적 경륜이 있는 분일수록 이 말의 두려움을 잘 알 것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야망에 넘치는 신진 정치인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정치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다. 큰 착각이다. 정치는 사실 매우 위험한 직업이다. 조금만 방심하고 사소한 실수를 저질러도 자신의 명예를 망치고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전직의 두 대통령들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정치를 쉽게만 생각한다면 답이 없는 것이다.

아웅산 수지와 윤 전시장의 사례는 우리 지역정치에 있어서도 반면교사가 돼야 할 것이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마음에 새겼던 초지를 잊지 말아야 하며, 정치를 결코 쉽게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도 어떤 의미에서는 전문직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철저한 준비와 내공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을 겪게 되면서 광주의 명예를 소중히 생각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