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사라진 수완초, ‘컨테이너 교실’이 해법?
운동장 사라진 수완초, ‘컨테이너 교실’이 해법?
  • 이성호 기자
  • 승인 2020.08.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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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령인구의 지역별 양극화’ 간과한 광주교육당국의 수요예측 실패 탓
- 도시형 분교 설립, 학교&문화체육시설 함께 짓는 ‘복합형 생활SOC’ 등 고려해야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초등학교 운동장에 2층 규모의 컨테이너 교실 2개동이 들어서면서 운동장이 사라졌다.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초등학교 운동장에 2층 규모의 컨테이너 교실 2개동이 들어서면서 운동장이 사라졌다.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주N광주=이성호 기자]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학생 수요 예측 실패로 또 ‘가건물(컨테이너) 교실’이 등장해 학부모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다. 수완지구 수완초등학교와 고실초등학교에 컨테이너 교실이 만들어졌다.

2008년 개교 이래 수차례의 증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학급당 학생수 39명으로 초(超) 과밀학교인 광산구 수완초등학교에 컨테이너 교실 16개가 26일에 준공,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수완초는 11학급이 늘어 올해 2학기부터 62학급을 운영되지만, 학급당 평균 30명으로 과밀 해소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올해 5월 코로나19에 따른 학생 간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수완초(11개)와 병설유치원(5개)에 컨테이너 교실 2개 동 16개를 설치해 과밀학급을 해소하기로 하고 방학기간에 공사를 마쳤다.

지난 8월 26일 준공한 수완초등학교 컨테이너 교실 내부 모습. 수완초 11학급과 병설유치원 3학급 학생들이 1년 6개월여 동안 사용하게 된다. / 2020. 8. 26. ⓒ광주N광주
지난 8월 26일 준공한 수완초등학교 컨테이너 교실 내부 모습. 수완초 11학급과 병설유치원 3학급 학생들이 1년 6개월여 동안 사용하게 된다. / 2020. 8. 27. ⓒ광주N광주

시 교육청은 컨테이너 교실도 보통 교실과 다름없는 시설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학부모들은 페인트 냄새, 소음, 증축 공사로 인한 안전문제 등 전반적인 교육환경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 운동장에 컨테이너 교실이 설치되면서 체육수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명품 수완지구라더니 운동장이 사라진 공립학교가 말이 되느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수완초 운영위원을 지낸 시민 A씨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수완지구 초등 과밀 해소를 요구해왔지만 교육당국은 학생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대책마련에 소홀했다”며 “시 교육청은 학생수 예측 실패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성토했다.

시 교육청은 수완초 과밀 해소를 위해 내년도 본예산 60억원을 투입해 교실을 신축할 계획이다. 현 수완초 병설유치원을 헐고 그 자리에 초등교실 11개실 과 병설유치원 5개실을 증축한다는 것. 서부교육지원청은 이미 수완초 교실 증축공사 설계 공모를 마쳤다. 내년 3월 착공해 1년 6개월여 동안 공사를 거쳐 2022년 3월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수완초등학교 컨테이너 교실 복도. / 2020. 8. 27. ⓒ광주N광주
수완초등학교 컨테이너 교실 복도. / 2020. 8. 27. ⓒ광주N광주

◆수완지구 초중등 교실 증설공사....학생 수요 예측 실패 탓

광주광역시 교육청의 학생 수요 예측 실패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특히 수완지구 소재 초중등 수요 예측 실패는 잦은 증축공사로 이어지면서 공사기간 동안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왔다.

수완초는 30학급에서 62학급으로, 장덕초는 42학급에서 53학급으로, 큰별초는 36학급에서 45학급으로, 고실초는 30학급에서 41학급으로, 성덕초는 30학급에서 40학급으로, 성덕중은 30학급에서 36학급으로 증축했다. 광산구 선운초도 지난해에 교실 추가 증설공사를 진행하며 학생들이 컨테이너 교실에서 수업을 받은 바 있다.

증축공사를 진행했던 대부분의 학교는 급식실과 화장실 수용인원이 부족해 3·4교대로 급식을 먹거나 용변을 참고 집에 와서야 이용하는 등 하는 어린 학생들이 고충을 겪어야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2022년 초까지 60억원을 들여 수완초 병설유치원을 철거하고 교실 증축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2년 교실 증축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학급당 30명으로 여전히 과밀학급을 운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주시교육청은 2022년 초까지 60억원을 들여 수완초 병설유치원을 철거하고 교실 증축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2년 교실 증축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학급당 30명으로 여전히 과밀학급을 운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 2020. 8. 27. ⓒ광주N광주

수완초는 병설유치원 부지에 교실 증축공사를 하는 1년 6개월여 동안 컨테이너 교실을 이용하게 된다. 2022년 3월 교실 증축이 끝나더라도 여전히 학급당 평균 30명의 학생수를 유지할 전망이어서 과밀 해소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인근 고실초등학교도 내년 9월 2학기 완공을 목표로 11학급 규모의 증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산 56억원이 투입된다. 공사가 시작된 이달 초부터 고실초 병설 유치원생들이 컨테이너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교육당국의 학생 수요 예측 실패를 지적하며 수완지구 특성상 초등학교 과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초등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2020. 8. 27. ⓒ광주N광주
교육당국의 학생 수요 예측 실패를 지적하며 수완지구 특성상 초등학교 과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초등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2020. 8. 27. ⓒ광주N광주

◆수완초·고실초 증축에 110억원 투입해도 여전히 ‘과밀학급’

수완초(60억원)·고실초(56억원) 증축에 110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수완지구 초등 과밀 문제는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밀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초등 신설’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선 광주광역시 인구가 증가하지 않으며 매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학교 신설에 발목을 잡고 있다.

시 교육청과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그에 따른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신설’에 인색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완지구 내에 마땅한 학교 용지가 없다는 점과 막대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부지 확보와 계획 수립, 중앙투자심사, 공사기간 등 최소 3~4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교육당국과 정치권이 학교 신설 여부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완초등학교 컨테이너 교실.  / 2020. 8. 27. ⓒ광주N광주
수완초등학교 컨테이너 교실.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수완지구의 경우 인구추이 상으로 향후 5년 안에 과밀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서 섣불리 학교 신설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수완지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K씨는 “광주교육청은 10년 전에도 수완지구 학생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학교 신설을 반대해왔지만 결국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수완지구 특성상 초등학교 과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적으로 ‘학령인구가 쏠리는 일부 지역’과 ‘인구 감소로 학교를 통폐합하는 지역’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학령인구의 지역별 양극화’를 교육당국이 간과한 탓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맥을 같이하는 지적이다.

광주시교육청은 2022년 초까지 60억원을 들여 수완초 병설유치원을 철거하고 교실 증축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2년 교실 증축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학급당 30명으로 여전히 과밀학급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주시교육청은 2022년 초까지 60억원을 들여 수완초 병설유치원을 철거하고 교실 증축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2년 교실 증축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학급당 30명으로 여전히 과밀학급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2020. 8. 27. ⓒ광주N광주

◆ 민주당 광산구을지역위, 수완지구 초등 과밀 해소 방안 모색 

더불어민주당 광산구을지역위원회(위원장 민형배)는 수완지구 초등 과밀 해소를 위해 광주시교육청, 광산구청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청취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형배 국회의원은 하나중학교에 인접한 국토교통부 소유의 부지(수완동 972번지) 10,193㎡를 활용해 복합형 생활SOC 사업으로 ‘학교와 주민편의시설’을 함께 짓는 방안을 비롯해 도시형 분교 설립, 초·중등 복합학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과밀이 해소될지, 과밀 상황이 계속될지 예측이 힘든 수완지구에 초등학교와 광산교육지원청, 실내수영장, 시민대학, 문화체육시설 등을 함께 건립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학생수 감소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광주광산구 수완동 972번지에 위치한 국토교통부 소유의 부지, 10,193㎡(약 3천여 평). 국토교통부를 설득해 초등학교 부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2020. 8. 27. ⓒ광주N광주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광주광산구 수완동 972번지에 위치한 국토교통부 소유의 부지, 10,193㎡(약 3천여 평). 국토교통부를 설득해 초등학교 부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산을지역위 핵심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학교 신설을 억제하고 학군 조정 등을 통해 풀어가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도시의 과밀학급 지역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수완지구는 인근의 신가지구 재개발이후까지 고려해 과밀 해소를 위한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해 예외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등과밀 해소 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복합형 생활SOC 사업’ 방식에 대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관계자는 “신설 학교에 생활SOC복합화를 하는 것은 정부정책 방향과 부합하다”면서 “광주 지역에서 의사결정만 되면 가능한 사업으로 판단한다”고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광산구을지역위원회는 광산구 수완동 하나중학교 인근 국유지에 ‘생활SOC 복합화 사업’을 통해 초등 과밀 해소와 주민 편익시설 확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2020. 8. 27. ⓒ광주N광주
더불어민주당 광산구을지역위원회는 광산구 수완동 하나중학교 인근 국유지에 ‘생활SOC 복합화 사업’을 통해 초등 과밀 해소와 주민 편익시설 확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주 광산구 수완동 972번지에 위치한 국토교통부 소유의 부지.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주 광산구 수완동 972번지에 위치한 국토교통부 소유의 부지.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주광산구 수완동 972번지(위치도) / 2020. 8. 27. ⓒ광주N광주
광주 광산구 수완동 972번지(위치도) / 2020. 8. 27. ⓒ광주N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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