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 33년 만에 '진짜 자유인'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 33년 만에 '진짜 자유인'
  • 이정기 기자
  • 승인 2018.12.1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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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14년여 수감생활 후 19년 째 보안관찰처분 받아
-부당한 보호관찰법과 맞서 싸웠던 '조작간첩(?)' 현직 의사 강용주

[광주N광주=이정기 기자]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였던 의사 강용주 씨가 33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법무부는 17일 강용주 씨(56세)에 대해 보안관찰처분 면제 결정을 내렸다.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돼 14년여 동안의 수감생활을 포함해 사실상 33년 만이다.

법무부는 이날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강 씨의 보안관찰처분 면제 결정을 의결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곧장 위원회의 의결을 따르기로 했다. 강 씨의 주거와 직업이 일정하고 재범 위험성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1999년 출소 후 의사가 됐지만 19년 째 보안관찰 대상자로 지정돼 국가의 감시를 받아왔다. 보호관찰법은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음모 혐의로 3년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출소 뒤에도 보안관찰을 받아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안관찰 대상자는 이사를 하거나 가족관계 변동이 있을 때 신고해야 하며, 피보안관찰자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주거지 이전이나 국외 여행지 등을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강 씨는 보안관찰처분이 이중처벌이며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신고를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지난 2월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강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지만 정의가 실현 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려운 결정을 한 법무부와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인권의 작은 진전을 딛고 더나은 사회로 한걸음 더!"라는 소감를 남기며 뒤늦은 결정을 반겼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14년 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김대중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지만 보안관찰법으로 19년 동안 기본권을 침해받아온 강 씨의 보안관찰 해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 씨는 현재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현직 의사이다.
14년 6개월 동안의 감옥생활을 했던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 씨는 현재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에서 아나파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N광주

◆강용주는 누구?
1980년 5월 광주에서 ‘소년시민군’으로 살아남았던 강 씨는 전남대 의대 재학 중이었던 1985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류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4년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은 전두환 정권 시절 당시 '안기부'에 의한 간첩 조작 사건으로 알려져있다. 


'구미'는 유럽과 미국을 의미하는 '구라파(歐羅巴)'와 '미주(美洲)'를 이르는 말이다. 해외 유학을 가본 적도 없는 강 씨는 이 사건으로 붙잡혀 1986년 1월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다시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강 씨는 복역 중에도 '간첩이 아닌데 전향서를 쓸 이유가 없다'며 반인권적인 사상 전향제도에 맞서 300여 일의 단식과 헌법소원, 유엔 개인통보 등을 통해 전향제도 폐지를 위해 싸워왔다. 1999년 2월 출소후 의대에 복학해 2008년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되었다.
 
광주트라우마센터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강 씨는 서울 면목동 동부시장에서 아나파의원을 운영하며 일주일에 이틀을 광주과 서울을 오가고 있다. 고문생존자 치유모임을 시작으로 고문후유증에 대한 최초의 문제 제기와 치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끌었다. 

ⓒ광주N광주 noljagwangju@gmail.com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변인 논평】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의 보안관찰 해제를 환영한다.

2018년 12월 17일 법무부는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였던 강용주씨에 대한 보안관찰 처분 면제 결정을 내렸다.

강용주 씨는 1980년 5월 당시 18세의 나이로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도청을 지켰고, 1985년에는 전남대 의대 재학중에 전두환 신군부의 대표적인 조작 간첩 사건인 ‘구미 유학생 간첩단’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4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1999년 김대중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지만 보안관찰법으로 인해 19년 동안 그의 기본권은 침해되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의 보안관찰이 해제된 것을 환영한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아픈 역사 속에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명예 회복은 민주주의에 빚진 오늘을 사는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도 지난 시간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그날까지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2018. 12. 18.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변인 강수훈

ⓒ광주N광주 noljagwang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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