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 칼럼]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논의와 광주의 정치구도
[이성대 칼럼] 21대 총선 선거구 획정논의와 광주의 정치구도
  • 이성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5 17: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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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이성대
칼럼니스트 이성대

벨로드롬에서 열리는 싸이클 경기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 특징적인 장면이 있다. 처음에는 천천히 트랙을 돌면서 상대선수들의 동향을 살피며 눈치보기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중반전까지 대체로 이런 형태로 경기를 운영하다가 몇 개 트랙이 남은 후반전에 들어서면 어느 한 선수가 갑자기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치열한 경합 끝에 1위 선수가 두 손을 번쩍 들거나 한발을 앞으로 쭉 내밀며 결승선을 통과하면 승부는 끝이다. 처음에는 에너지를 비축하면서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다가 막판 결승점을 앞두고 스프링처럼 뛰쳐나가며 승부를 가리는 모습이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코믹하기도 하다. 이런 스릴 넘치는 긴장감이 경기의 묘미를 살려 인기를 얻는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치열한 눈치싸움과 막판 스퍼트를 통해 승부를 가리는 종목이 스포츠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정치판에서 선거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흥미와 긴장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다만 스포츠와 정치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면을 보여준다. 스포츠는 선수에게는 영광을, 관객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끝나지만 정치판에서는 승자는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상처만을 부여안는 경우가 많다. 선거에서의 승부는 인생승부라고 할 정도로 그만큼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아직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오늘 10월15일은 2020년 4월15일에 치러지는 제21대 총선의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야하는 법정 마감시한이다. 이렇게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선거일 12개월 전인 내년 2019년 4월15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여야 한다. 법에 정해진 시한이다. 다만 이 법적 시한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정치권의 관례로 보면 이번에도 이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어쨌든 선거구는 정해져야 하고, 이에 대한 논의는 물밑에서건 테이블 위에서건 한창 진행 중일 것이다. 다만 정치적 사안이 의례 그러하듯이 아직은 이런저런 변수가 많아 논의의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부분은 무엇보다도 현재 8석인 광주의 국회의원 정수가 과연 유지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선거구 인구의 상하한선이 정해지기에 따라서는 광주의 국회의원 의석이 7개로 줄어들 가능성도 농후하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광주의 총선구도는 1석이 줄어드는 만큼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더욱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선거구제의 변화 여부도 관심을 가져야 할 변수다. 현행대로 소선거구제가 유지된다면 선거구당 1명씩의 당선자를 배출하므로 지지도 1위 정당이 매우 유리한 구도가 된다. 그러나 지금 들리는 바대로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다면 선거구당 2~3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구도가 되므로 선거구당 여야 각 후보가 나눠먹는 구도가 되기 십상이다. 

21대 총선 선거구획정논의와 관련하여 광주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관심이다. 현행대로 의석 8석과 소선거구제라면 과거와 별 다름이 없다. 의석은 그대로 유지하고, 선거구제가 중대선거구제로 바뀐다면 기존 국회의원 선거구의 갑을을 통합하여 총 4개의 선거구를 만들고 선거구당 2명을 선출하면 된다.

문제는 의석이 7개로 줄어드는 경우다. 이때 인구가 가장 적은 동구가 어느 선거구로 편입하느냐가 뜨거운 감자가 된다. 기존에는 동구가 남구와 결합하여 두 개의 선거구를 구성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의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선거구당 인구의 상하한선 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구가 독립적인 선거구가 되고, 동구는 북구나 서구와 결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동구가 북구갑과 결합하여 1명의 후보를 선출하거나 아니면 서구갑과 결합하여 1명의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생활권이나 인구수, 정치적 영향력 등 여러 조건을 감안하면 대체로 동구가 북구갑과 결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생각인 듯하다. 이것은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는 경우의 상황이다.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의석이 7개이면서 중대선거구제가 되는 경우다. 이 경우에 광주는 아마도 3개 선거구에서 2명, 2명, 3명을 선출하여 7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예상대로 동구가 북구갑지역과 결합하여 하나의 선거구가 된다면 동구와 북구갑을이 하나의 선거구를 이뤄 2명, 서구갑을과 남구가 하나의 선거구를 이뤄 3명, 광산구갑을이 하나의 선거구를 이뤄 2명의 당선자를 각각 배출하는 구도가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이상의 논의가 단지 추정일 수밖에 없지만 의석수와 선거구제의 변화에 따라 광주의 21대 총선구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소선거구제는 지역내 지지도 1위 정당에 유리하고, 중대선거구제는 소수정당과 야당에 유리한 제도다. 공존을 명분으로 당선의석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물밑에서 조용하게 진행되는 21대 총선 경쟁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선거구 획정과 더불어 서서히 달아오를 전망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광주시민의 뜻을 받드는 정당과 후보가 선택을 받아 광주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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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기 2018-10-15 17:46:53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문제와 현재 논의 중인 자치구간 경계조정 건과 다른 건인가요??

이창권 2018-10-15 17:32:45
예리하십니다.